
2.4 플레이버 휠 4편 – 향신료와 발효, 산미의 세계
앞선 글에서 우리는 커피가 보여주는 친숙한 풍미들 ― 과일, 꽃, 견과류, 초콜릿, 단맛 ― 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소 낯설지만, 커피의 깊이와 개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향미군을 만나보겠습니다. 바로 **향신료(Spices)**와 발효/산미(Sour & Fermented) 계열입니다.

1. 향신료 계열 – 강렬하고 개성 있는 뉘앙스
플레이버 휠에서 **향신료(Spices)**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브라운 스파이스(Brown Spice): 시나몬, 정향, 육두구, 아니스
- 기타 향신료: 후추, 알싸한 향
🌿 브라운 스파이스
- 시나몬(Cinnamon): 달콤하면서 톡 쏘는 향, 크리스마스 향신료로도 친숙합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에서 가끔 드러납니다.
- 정향(Clove): 묵직하고 깊은 향, 커피의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 육두구(Nutmeg): 은은한 달콤함과 매운 뉘앙스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 아니스(Anise): 독특한 허브·약초향, 스페셜티 커피에서 드물게 등장하지만 인상적입니다.
🌶 후추 & 알싸한 향
- 커피를 마실 때 목 뒤로 은은히 매운 느낌이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후추나 알싸한 향으로 표현됩니다.
- 케냐나 예멘 커피에서 종종 이런 뉘앙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향신료 계열은 커피를 단조롭지 않게 만들고, 마치 요리에 소금을 한 꼬집 넣듯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2. 발효/산미 계열 – 와인 같은 깊이
커피의 산미는 초보자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핵심 특징 중 하나입니다. 플레이버 휠에서는 산미와 발효 향을 세분화합니다.
🍋 산미 아로마 (Sour Aromatics)
- 커피의 신맛은 단순히 시큼한 맛이 아니라, 다양한 유기산에서 비롯됩니다.
- 상큼한 시트러스 산미부터 와인 같은 복합적인 산미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 유기산 (Organic Acids)
- 아세트산(Acetic Acid): 발효된 사과식초 같은 느낌.
- 부티르산(Butyric Acid): 발효가 과하면 치즈 같은 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이소발레르산(Isovaleric Acid): 특유의 강렬한 발효 향.
- 구연산(Citric Acid): 레몬·오렌지 같은 밝은 산미.
- 사과산(Malic Acid): 사과 같은 상쾌한 산미.
🍷 알코올/발효 (Alcohol/Fermented)
- 와인 향(Winey): 케냐 커피에서 자주 느껴지는, 와인 같은 복합적인 풍미.
- 위스키(Whiskey): 발효된 커피에서 종종 등장하는 묵직한 알코올 느낌.
- 발효향(Fermented): 과일이 발효되었을 때의 톡 쏘는 향.
- 과숙(Overripe): 지나치게 익은 과일 같은 향, 긍정적일 수도, 결점향일 수도 있습니다.
발효와 산미 계열은 커피의 개성과 차별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다만 강도가 과하면 불쾌한 향으로 느껴질 수 있어, 균형이 중요합니다.
3. 커핑 예시
예를 들어 케냐 AA 커피를 커핑한다고 해봅시다.
- 첫 모금에서 와인 같은 풍미와 강렬한 블랙커런트 향이 느껴집니다.
- 플레이버 휠에서는 발효/산미 → 와인(Winey) 영역에 해당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 예멘 모카 마타리에서는 묵직한 정향(Clove)과 후추 같은 향신료 풍미가 드러납니다.
이런 풍미가 커피를 단조롭지 않게 만들며, 고유한 개성을 부여합니다.
4. 왜 중요한가?
- 차별화: 과일·꽃·견과류가 일반적으로 친숙하다면, 향신료와 발효 계열은 스페셜티의 ‘개성’ 그 자체입니다.
- 훈련 효과: 초보자가 가장 구분하기 어려운 향미이기 때문에, 플레이버 휠을 활용한 커핑 훈련에 큰 도움이 됩니다.
- 브랜딩: “와인 같은 커피”, “시나몬 뉘앙스가 감도는 원두”는 소비자에게 특별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한 잔 생각
향신료와 발효·산미 계열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는 이유입니다. 와인처럼 깊고, 향신료처럼 다채로운 커피의 세계. 그 안에서 나만의 언어로 풍미를 찾아내는 순간,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예술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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