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상식> 4.진한 로스팅 = 높은 카페인? 오해와 진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다크 로스트는 진하니까 카페인도 많을 거야.”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합니다. 색이 더 어둡고 맛도 강렬하니, 마치 카페인도 강할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로스팅과 카페인 함량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카페인과 로스팅의 과학
카페인은 커피 생두 속에 존재하는 알칼로이드 성분입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게 해주는 각성 효과의 주인공이죠. 중요한 사실은, 카페인은 열에 매우 안정적인 분자라는 점입니다. 생두가 로스팅 되는 동안 수많은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지만, 카페인 자체는 200~2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즉, 라이트 로스트든 다크 로스트든 원두 속 카페인의 총량은 거의 동일합니다. 로스팅 강도에 따라 카페인이 확 줄어들거나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실험과 데이터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2. 로스팅 단계별 변화 – 밀도의 차이
카페인이 그대로라면 왜 ‘진한 커피 = 카페인 더 많다’는 인식이 생겼을까요? 그 이유는 원두의 밀도 변화 때문입니다.
- 라이트 로스트: 상대적으로 수분이 많이 남아 있고, 밀도가 높습니다. 알맹이가 단단하고 무겁죠.
- 미디엄 로스트: 균형 잡힌 맛, 밀도도 적당히 유지됩니다.
- 다크 로스트: 수분이 많이 날아가고, 내부가 팽창해 밀도가 낮아집니다. 원두가 가볍고 부피가 커집니다.
👉 같은 10g의 원두를 기준으로 하면 라이트와 다크 모두 카페인 총량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스푼(부피)으로 계량할 경우가 문제입니다. 다크 로스트는 알갱이가 가볍고 부피가 커서, 같은 스푼으로 뜨면 실제 무게는 라이트 로스트보다 적습니다. 따라서 카페인 함량도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죠.
반대로 **무게(그램 단위)**로 잰다면 로스팅 정도와 무관하게 카페인 함량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3. 카페인 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
실험 데이터를 보면, 라이트 로스트와 다크 로스트 간 카페인 차이는 100g 단위에서 불과 몇 mg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즉, 실질적인 카페인 함량 차이는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다만, 추출 방식에 따라 카페인 함량은 달라집니다.
- 에스프레소: 작은 양이지만 농도가 진해 카페인이 빨리 흡수됩니다.
- 드립 커피: 양이 많아 총 카페인 섭취량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콜드브루: 긴 시간 우려내므로 카페인이 많이 추출됩니다.
👉 결국 카페인 함량을 좌우하는 건 로스팅 정도가 아니라, 사용하는 원두의 양과 추출 방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4. 왜 우리는 착각할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다크 로스트 = 카페인 폭탄”이라고 생각할까요?
이유는 맛과 향의 심리적 착각입니다.
- 쓴맛: 로스팅이 강할수록 쓴맛과 스모키한 향이 강해집니다. 우리는 이 강렬한 맛을 ‘강한 카페인 효과’와 연결해 버립니다.
- 바디감: 다크 로스트는 무겁고 진한 질감을 주는데, 이것도 마치 카페인이 많아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 경험적 연관: 에스프레소 바탕의 진한 음료(아메리카노, 라떼 등)가 대체로 다크 로스트를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은 ‘진하다 = 카페인 높다’고 인식해온 것이죠.
5. 정리와 팁
- 로스팅 강도는 카페인 함량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 카페인은 로스팅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 카페인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계량 방식(부피 vs 무게)과 추출 방식이다.
- 우리가 ‘카페인 많다’고 느끼는 건 사실 쓴맛과 바디감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인을 줄이고 싶다”면, 다크 로스트를 피하는 게 아니라, 마시는 양과 추출 방식을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프레소 한 잔보다는 드립 커피 한 잔이 실제 카페인 양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한 잔 생각
커피의 진한 색과 맛은 카페인과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강렬함은 미각과 후각이 만들어낸 심리적 착각일 뿐이죠. 결국 중요한 건 로스팅의 진하기가 아니라, 어떤 원두를 어떻게 추출해 마시느냐입니다. 진한 로스팅이든 가벼운 로스팅이든, 내 몸과 하루의 리듬에 맞는 커피를 즐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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