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의 역사

<커피의 역사> 1.4 모카항과 커피의 확산 – 바다를 건넌 검은 물결

1.4 모카항과 커피의 확산 – 바다를 건넌 검은 물결

 

붉은 항구 도시, 모카

예멘 서남부 홍해 연안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항구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모카(Mocha). 오늘날에는 그 명성이 바래고 작은 도시로 남았지만, 15~17세기 당시 모카는 커피 무역의 심장부였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붉은 황토빛 건물이 늘어서 있었고, 시장에는 향신료와 직물, 곡물, 약재가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상품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긴 것은 작고 둥근 자루에 담긴 커피 원두였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온 커피 체리는 예멘 고지대에서 재배되어 이 항구로 모여들었고, 다시 배에 실려 아라비아 반도와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성지 순례자들이 전한 음료

메카와 메디나를 찾는 순례자들은 예멘 모카항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순례 여정에서 마신 커피의 맛을 기억했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 씨앗과 음용 습관을 함께 가져갔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가 빠르게 확산된 데에는 바로 성지 순례길이라는 특수한 통로가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카이로의 모스크 근처, 다마스쿠스의 시장, 바그다드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커피는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밤새 기도를 이어가야 하는 수도승과 학자, 장거리 무역에 나서는 상인들에게 커피는 금세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커피의 상품화와 무역 독점

예멘은 곧 커피 재배와 수출을 국가적 사업으로 키워 나갔습니다. 특히 모카항을 통한 유통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었습니다. 커피 열매가 다른 나라에서 재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멘 당국은 생두(생커피 씨앗)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했습니다. 모든 커피는 볶거나 끓여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게 한 뒤 수출했죠.

이 덕분에 수 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커피를 맛보려면 반드시 **“모카”**를 거쳐야 했습니다. 모카는 곧 커피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고, 훗날 유럽에서도 “모카 커피”라는 말은 곧 “최고급 커피”를 지칭하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문화, 커피하우스의 등장

예멘에서 시작된 커피는 곧 이슬람 도시 문화 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시장 근처와 모스크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이곳에서는 꾸란을 암송하거나 시를 낭송하고, 음악을 듣고,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커피는 단순히 ‘깨어 있게 하는 음료’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문화적 중심이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에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등장하기 전, 이미 예멘과 이슬람 세계 도시들에서는 작은 형태의 커피 모임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논란과 갈등

하지만 커피의 확산은 항상 순탄치 않았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성직자들은 커피가 사람을 흥분시키고, 사회 질서를 해친다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커피를 술과 같은 ‘금단의 음료’로 규정하려 했고, 실제로 몇 차례 커피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커피가 알코올과 달리 정신을 흐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기도와 학문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수많은 신자들이 커피에 매료되어 있었기에, 금지령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갈등은 커피의 매력을 더 부각시켰습니다. “금지될 만큼 강렬한 음료”,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을 더욱 호기심으로 이끌었습니다.

 

 

바다를 건넌 커피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커피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을 넘어 지중해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상인들은 모카항에서 실은 커피를 알렉산드리아, 이스탄불, 베네치아로 실어 날랐습니다. 특히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은 커피 문화가 꽃피운 또 다른 중심지가 되었고,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커피는 이제 더 이상 예멘과 이슬람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곧 유럽의 학자와 상인, 귀족들까지 커피의 매혹에 빠져들게 되면서 세계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잔 생각

모카항에서 출발한 작은 커피 자루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도시를 움직이고, 종교와 문화를 이어주며, 새로운 대화의 장을 만든 검은 물결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모카 커피”라는 이름을 들을 때 떠올리는 초콜릿 향의 부드러운 커피는 사실 이 항구 도시에서 비롯된 역사적 기억입니다. 모카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커피가 세상과 만난 첫 무대이자 인류의 삶을 바꾼 출발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