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칼디 이야기 – 춤추는 염소와 붉은 열매

커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입니다.
이 전설이 사실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집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고원, 염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어린 목동."
천 년 전쯤, 지금의 에티오피아 카파 지방. 그날도 칼디는 여느 때처럼 염소들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이곳 저곳을 데리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뭔가 이상했습니다. 평소에는 한가롭게 풀만 뜯던 녀석들이 이날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돌 위로 오르내리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칼디는 의아한 마음에 염소들을 따라갔습니다. 그곳에는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있었고, 가지마다 붉게 익은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염소들은 그 열매를 열심히 씹어 먹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칼디는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어 보았습니다. 살짝 단맛이 돌았고, 곧 쌉싸래한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지고 눈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긴 낮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칼디는 이 열매를 따서 근처 자신의 스승이 있는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스승인 수도사에게 열매를 보여주며,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운이 나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수도사는 이 열매를 악마의 유혹이라며 모닥불 속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 순간 바삭바삭 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피어올랐습니다. 향은 방 안 가득 퍼졌고, 지나가던 수도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들은 불 속에서 열매를 꺼내 절구에 빻아 뜨거운 물에 달여 마셨습니다. 쓴맛 뒤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함, 그리고 마시고 나자 찾아오는 각성감. 그날 밤 그들은 졸음 없이 기도를 이어갔다고 전해집니다.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의 호기심이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칼디가 그날 이상한 염소들을 그냥 지나쳤다면,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매일 마시는 한 잔에는 이렇게 오래된 호기심과 우연의 순간이 스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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