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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

〈커피의 역사〉 1.6 에티오피아의 최초 커피 한 잔 – 전통과 의례로 이어진 이야기

 

1.6 에티오피아의 최초 커피 한 잔 – 전통과 의례로 이어진 이야기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

커피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바로 에티오피아입니다. 이곳은 커피나무가 야생으로 자생하는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며, 인류가 커피를 음료로 발전시킨 첫 무대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에티오피아 고지대에는 야생 커피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으며, 그 뿌리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생활과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칼디와 염소의 전설이 커피의 발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 실제로 커피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음료로 자리 잡은 것은 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음용 방식과 의례 덕분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의례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가 단순히 각성을 위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커피는 환대와 공동체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오늘날에도 가정이나 마을에서는 손님을 맞을 때 ‘커피 세레모니(Coffee Ceremony)’를 행하며, 이 의례는 매우 정성스럽게 진행됩니다.

먼저 생두를 직접 불에 볶아내고, 갓 볶은 원두를 절구에 빻아 고소한 향이 공간 가득 퍼지도록 합니다. 이어서 ‘제베나(Jebena)’라고 불리는 전통 토기 주전자에 커피 가루와 물을 넣고 천천히 끓여내면, 작은 잔에 담긴 진한 커피가 완성됩니다.

이 커피는 한 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의례는 반드시 세 번에 걸쳐 이어지는데, 첫 잔은 ‘아볼(Abol)’, 두 번째는 ‘토나(Tona)’, 마지막 세 번째 잔은 **‘바라카(Baraka, 축복)’**라 불립니다. 세 번째 잔까지 마셔야 비로소 의식이 완결되며, 이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공동체의 유대와 신성한 교감을 의미합니다.

 

영적 의미와 사회적 기능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 또한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커피가 악을 물리치고 축복을 불러온다고 믿었습니다. 또 기독교 전통이 뿌리 깊은 고지대에서는 밤새 기도를 이어가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신앙을 지켜 나갔습니다.

동시에 커피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커피를 함께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의 일을 공유하며, 때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커피는 ‘마시는 음료’라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였던 것입니다.

 

 

 

숲에서 마을로, 그리고 세상으로

에티오피아의 숲에서 시작된 커피는 마을과 부족을 넘어 점차 무역의 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15세기 무렵부터는 홍해를 건너 예멘으로 전해졌고, 예멘에서 다시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며 세계적인 음료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나눈 최초의 한 잔이 있었습니다. 숲에서 따온 열매를 단순히 삶아 마시던 행위가 시간이 흐르며 의례와 전통으로 정착했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 잔 생각

오늘날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바쁜 일상 속 잠시의 쉼표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첫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환대의 상징, 영적 각성의 도구, 공동체를 묶는 끈이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속에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이어온 오래된 전통과 따뜻한 교감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