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상식> 7. 맛있는 커피의 온도: 물은 얼마나 뜨거워야 할까?

1. 커피 맛을 결정하는 ‘물의 힘’
커피는 단순히 원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98%는 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떤 물을 쓰는가”와 함께 “얼마나 뜨거운 물로 추출하느냐”는 커피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추출 온도에 따라 쓴맛, 단맛, 산미가 달라지고, 때로는 맛의 균형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커피를 내릴 때 흔히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물이 뜨거울수록 더 맛있지 않나요?”
“팔팔 끓는 물을 바로 부어도 되나요?”
정답은 “아니요” 입니다. 물의 온도는 일정한 기준이 있고, 이를 벗어나면 커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합니다.
2. 커피 추출의 적정 온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90~94℃ 사이가 이상적인 추출 온도라고 말합니다.
- 90℃ 전후 → 산미가 더 선명하게 느껴짐
- 92~94℃ → 가장 균형 잡힌 맛
- 95℃ 이상 →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짐
이 범위를 벗어나면 추출의 밸런스가 깨지고, 커피의 본래 향미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 정리: 너무 낮으면 밍밍하고 시큼, 너무 높으면 쓰고 텁텁.

3. 온도가 낮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만약 85℃ 이하의 물로 추출한다면 원두 속 성분이 충분히 용해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연하고 신맛이 강한 커피가 나오죠. 마치 레몬 물을 연하게 타 마신 듯, 가볍지만 날카로운 산미가 혀끝을 찌릅니다. 일부 스페셜티 커피에서 ‘라이트 로스트’ 원두의 산미를 강조하고 싶을 땐 낮은 온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보자에겐 자칫 **“덜 익은 맛”**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4. 온도가 높으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끓는 물(100℃)을 바로 부으면 원두 속 성분이 과다 추출됩니다. 이때는 쓴맛, 떫은맛, 잡맛이 강해지고, 커피의 섬세한 향은 사라집니다. 흔히 “커피가 너무 쓰다”라고 느끼는 경우, 사실은 원두 문제가 아니라 추출 온도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진하게 볶은 다크 로스트 원두를 100℃ 물에 추출하면, 숯이나 탄맛 같은 불쾌한 향까지 따라 나올 수 있습니다.

5. 에스프레소 vs 핸드드립, 온도는 다를까?
- 에스프레소 머신: 약 90~94℃에서 고압으로 추출합니다. 압력이 워낙 강해 짧은 시간 안에 성분을 충분히 뽑아내기 때문에 물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잡습니다.
- 핸드드립(브루잉): 92~96℃ 사이가 적절합니다. 추출 시간이 길기 때문에 너무 낮으면 밍밍, 너무 높으면 과다 추출이 쉽게 발생합니다.
- 콜드브루: 아예 20℃ 이하의 찬물로 12~24시간 동안 추출 → 열이 아니라 시간으로 맛을 우려내는 방식.
같은 커피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물 온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6. 실생활에서 온도를 맞추는 법
문제는 집에서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전기포트에 끓인 물을 그대로 쓰거나, 눈대중으로 기다려 식힌 뒤 붓습니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팁:
- 전기포트에서 물이 팔팔 끓으면 → 약 1분 식히기 (94~96℃ 근접)
- 조금 더 산미를 살리고 싶다면 → 1분 30초~2분 식히기 (90~92℃ 근접)
- 전용 온도계가 있다면 가장 정확하지만, 굳이 없어도 ‘식히는 시간’으로 조절 가능합니다.
7. 원두 로스팅과 온도의 관계
로스팅 정도에 따라 최적 온도도 조금 달라집니다.
- 라이트 로스트: 90~92℃ → 산미를 강조
- 미디엄 로스트: 92~94℃ → 균형 잡힌 맛
- 다크 로스트: 94~96℃ → 쓴맛이 많으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로 단맛을 끌어냄
8. 커피 온도의 과학적 의미
커피 성분은 크게 산(酸), 당(糖), 쓴맛을 내는 알칼로이드로 나뉩니다.
- 낮은 온도에서는 산과 당이 먼저 추출 → 산미 위주
- 높은 온도에서는 카페인과 클로로겐산이 더 많이 용출 → 쓴맛 위주
즉, 온도는 성분의 추출 순서와 비율을 바꾸어 커피의 맛의 얼굴을 달리 만드는 셈입니다.
한 잔 생각
맛있는 커피의 조건은 단순히 좋은 원두만이 아닙니다. 물의 온도라는 작은 차이가 커피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뜨거움과 식힘의 균형, 그것이 한 잔의 커피를 특별하게 합니다.
다음에 커피를 내릴 때는, 전기포트가 멈춘 순간 바로 붓지 말고 잠시 기다려 보세요. 그 짧은 기다림 속에서 전혀 다른 향과 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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